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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 Merry Christmas (下)

온점001 2020. 12. 23. 19:16

www.youtube.com/watch?v=0WlDn6xIwm4&t=4s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오랜만에 구색을 갖춰 입고 나가려니 예전에 사뒀던 옷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 했다. 방 한쪽 벽면에 걸린 전신 거울을 보았다. 스프라이트 목 니트 위로 레이어드 한 짙은 청남방. 검은 면바지는 적당한 일자 핏으로 맞아떨어지는 길이감이었다. 그걸 어디에 뒀더라. 행거에 걸려있지 않은 재킷을 찾으려 진회색 목도리를 손에 들고 집안 곳곳을 뒤졌다. 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거실이며 안방이며 돌아다니는 제 모습에 뭘 찾고 있느냐고 새엄마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버릇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시간에 맞춰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서 온 생각이었다. 말이 없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줌마와 아버지를 향해 나는 작은 대답을 냈다. 그에 두 사람의 눈이 일순 커졌지만 아줌마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듯 환하게 웃으며 잠깐 기다리란 말과 함께 창고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그런데 찬아, 어디 나가니? 저녁 거의 다 됐는데.”

  “약속이 있어서 늦게 들어올 거 같아요. 너무 늦으면 연락드릴게요.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일러드 양털 코트를 가져와 제게 건네주는 그녀에게 담담히 말했다. 내 눈치를 살피며 세심하게 물어오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왜인지 무언가를 말하려다 목이 메어 헛기침을 하는 그녀의 행동 덕에 멋쩍어져 눈만 데록 데록 굴렸다. 한참 그렇게 서로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던 침묵을 깬 것은 제 쪽이었다. 나는 현관으로 걸어가 하얀 슬립온을 신었다. 문 손잡이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에 제 체온이 스며들 때까지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짤막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경쾌한 도어락 소리에 살짝 묻혔지만 나는 분명 들을 수 있었다. 다녀오렴. 다급히 뒤따라온 한 마디에 서려있던 옅은 물기를.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쩐지 오늘 아침은 유독 춥더라니. 주머니에 손을 넣자 미리 챙겨 온 핫팩의 열이 느껴졌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 바깥엔 둘로 짝을 짓거나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산인해로 이뤄진 곳은 딱 질색이라 이런 날에는 집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았는데. 춥고 시끄러운 거리라고 생각하며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계속 걸었다. 오늘만을 위해 세워진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먼발치부터 보였다. 이미 많은 무리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 화려한 조명과 웃음소리로 메워진 거리.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겐 그저 난잡한 불빛이자 소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까지 구태여 걸음을 한 이유. 어지러운 인파 속에서도 그 모습은 내게 너무나 또렷했다. 내가 놓인 무질서 속 이정표. 저 멀리 트리 옆에 선 네가 보였다. 나는 잠시 제자리에 멈춰서 너를 응시했다.

  희미하게 날리는 눈발 속으로 네가 손을 뻗는다. 흰 눈이 네 손바닥에 닿고 사그라지자마자 천천히 돌아가는 눈길. 종소리에 더불어진 캐롤로 메워진 허공에서 너와 내 시선이 맞물린다. 으레 그렇듯 무구한 미소가 네 입가에 가득 걸린다. 저 멀리서부터 크게 손을 흔들며 저를 부르는 네 목소리에 그제야 또 한 번 의구심을 느낀다. 내 이름의 울림이 이리도 사랑스러운 것이었나.

 

  “뭐야, 십 분 늦었어.”

 

  네 앞까지 다가가자 투덜거리며 작게 제 옆구리를 쿡 찔러오는 너. 자그마한 그 행동도 입술을 삐죽이는 토라진 모습도 밉지가 않았다. 조금도 귀찮지가 않았다. 미안. 짤막한 대답 후 나는 그저 묵묵히 너를 내려보았다. 너 역시 그런 나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너는 곧 얼굴을 붉히곤 다른 곳을 힐끔댔다. 평소엔 무슨 일이어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되레 뻔뻔스레 곧잘 대하면서, 제 앞에서만큼은 곧잘 볼을 달아 올리곤 했지.

 

  “그거 알아? 크리스마스엔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하는 거래.”

 

  그때 우리 옆을 지나가던 한 커플의 대화 속 그런 말이 들렸던 것도 같다. 너는 그 사람의 뒤통수와 저를 번갈아 보며 한껏 당황했다. 아직도 그때 사물함 앞에서 있던 일을 신경 쓰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트리 장식들과 공중에 놓인 설치물들을 둘러보던 너는 갑작스레 제 입을 막았다. 교실에서와 달리 겨울바람에 식은 네 손은 차가웠다.

 

  “노, 노엘이가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으니까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나는 입이 틀어막힌 채 그저 널 묵묵히 담을 뿐이었다. 상하좌우 다양하게도 흔들리는 네 동공엔 침착함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여, 여기는 겨우살이도 없으니까 뭐 상관없긴 하겠네. 두서없이 나오는 말들이 네 당혹스러움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나는 눈만 데록 굴려 주변을 보았다. 하늘을 장식한 구조물들 그리고 트리에 달린 조명, 크리스마스 볼, 양말, 지팡이 등등……. 네 말대로 겨우살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곤 내 입을 막은 네 손목을 잡아 내렸다. 그대로 다른 쪽도 잡아 쥐며 양손을 맞잡았다. 온기가 서늘한 네 손으로 스며들었다.

  추워. 짧은 대사가 하얀 입김과 뒤섞여 네게 흘러갔다. 보기만 해도 추위가 느껴지는 네 옷차림에 제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네 목에 감았다. 네 머리칼이 엉키지 않게끔 조심스레 매무새를 다듬었다. 가까워진 거리에 떨리는 네 동공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트리의 조명에 반사된 네 다갈색 눈은 평소보다 더 깊게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 오롯이 내 모습만이 비쳤다. 한참을 그렇게 네 눈 속에 스며들어있었다. 어느새 따스해진 네 손이 다시 한번 제 입에 닿지 않았다면 아마 퍽 오래 그 안에서 헤어나지 못했겠지. 이번에 너는 아까보다도 더 빨개진 낯을 차마 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예쁜 얼굴도 아닌데 왜 자꾸 그렇게 보는…….”

  “지유야.”

 

  작게 읊조리는 네 음성이 온전한 끝맺음을 이루기도 전에 나직이 네 이름을 불렀다.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다행히도 너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네게 둘러주던 목도리를 쥔 손에 약하게 힘을 실어 당기자 네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보다 가까워진 거리에 뛰는 심장 고동이 네게 들릴까 노파심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네가 다가온 만큼 성큼 다가가 고개를 숙이자 서로의 입술이 닿는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추고 요란했던 주변의 소리가 사그라든다. 이곳에 남은 것이 오로지 우리 둘만인 것처럼. 하얀 눈송이가 점차 항간을 메워간다. 하얗게, 점점 더 하얗게 모든 것을 지워간다. 너와 나의 이야기 속에선 남들의 이야기도 겨우살이의 전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매 순간과 서로에게 속삭이는 연가만이 새겨질 뿐이다. 천천히 입술을 떼자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는다.

 

  “……신경 쓴 적 없어.”

  “어?”

  “다른 사람은 신경 쓴 적 없다고. 겨우살이도 상관없어. 우리 둘 사이는 그저 너와 나만이 존재하는 이야기야. 그리고…….”

 

  멍해 보이는 너를 향한 나직한 대답이 이어지다가 잠시 멈췄다. 뭐라고 말을 해야 제대로 전달이 될지에 대한 일순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적막 역시 그리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내 마음은 언제나 단순했고 너무나 간단명료한 것이었기에.

 

  “내 눈에는 늘 예뻐. 토라질 때도, 화를 낼 때도, 가끔 왈가닥하면서 친구들 쫓아갈 때도 그렇고 그냥 다 귀여워. 네 행동 하나하나에 눈이 가. 네가 수만 명의 사람들 틈에 섞여있어도 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눈엔 네가 제일 예뻐.”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덧붙여진 말은 보다 흐렸지만 충분히 전달될 만한 것이었다. 입 밖으로 진심 어린 말을 한 번에 게워내고 나서야 밀려오는 창피함에 귀 끝이 화끈거렸다. 괜히 허공을 응시하다가 꽤 오래 네가 말이 없기에 다시 네게로 눈길을 주었다. 너는 여전히 토마토 같은 낯을 하고서 망연하게 있을 뿐이었다. 얕은 한숨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다시금 조심스럽게 뻗어진 손에 네 양 뺨이 닿았다. 따뜻했다. 혹여 제 손이 차갑지는 않을까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방금 한 말 같은 거 민망해서 다신 안 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잘 기억해둬.”

 

  네 앞에만 있으면 쓸 데 없는 말이 많아지는 기분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끈대는 네 얼굴이 제 손의 냉기로 식어갈 때 즈음 부드럽게 눈매를 휘었다. 호선이 드리운 입을 달싹였다. 사랑해.

 

  너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너는 내게 그날 내게 찾아온 선물이자,

 ─첫사랑이었다.

 

 

 

 

 

 

 

 

 

-

뭔가 급마무리가 된 거 같은 찝찝함은 뭘까요

먼가 겨우살이나 남들 얘기, 시선 신경 쓰지말고 나한테 집중하라는 그런걸 쓰고 싶엇는데

이젠 뭘 쓴건지 모르겟ㅇㅓ요

너무 길어진 거 같아서 머리를 박고 싶습니다...

히잉 우리 지유 이쁜데 자꾸... 그런말하니까...그럼되겟어요안되겟어요...네...?

클스마스 때 울 애기들 그냥... 이쁜 사랑하는 망상해밧습니다...

우리지유 따숩게 입고다니자..애기야...

물론 찬이 크리스마스 선물 따로 또 챙겨줫읍니다 말만 저리한겁니다 ㅜ

뭘 줬냐구요???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바야함.............

히잉ㅇ이 울 지유랑 디르님 사랑해

디르님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