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0. 03:59
www.youtube.com/watch?v=cuQv_A1wsIw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 꽃1, 나태주 >
하나고등학교 5층의 3학년 2반. 바로 옆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흩트렸다. 새벽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는지 여전히 찬 기운이 서린 공기였다. 사월의 느지막한 봄. 그날 아침, 네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른 것은 내가 아니었다. 공지유! 운동장 옆 화단에서 이른 시간부터 들려온 커다란 목소리에 나는 문득 창문 아래를 내다보았다. 등 뒤에 가방을 메고서 네 이름을 외쳤던 친구에게로 뜀박질하는 네가 보였다. 흩날리는 갈색의 긴 머리에 햇빛은 바스러지며 네 발이 내딛는 순간마다 때맞춰 일렁였다. 오늘도 웃고 있네.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연신 입가에 호선을 그리는 네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매사에 퉁명스럽단 소리만 매번 듣는 나와 달리, 너의 경우엔 모든 것이 늘 그득히 넘쳐흘렀다. 특히 웃을 때의 네 모습은 더욱이 그러했다. 그런 너라서 조금은 호기심이 이는 것일지도. 아니면 메마르지 않은 반짝임에 일순 시선이 닿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순간, 창가로 두 눈을 올린 너와 허공에서 시야가 맞물렸다. 함께 해왔던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아서일까. 이렇게 먼 거리에서조차 네 두 눈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턱을 괸 채 너를 내려다보며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너는 금세 제 눈길을 피해버리곤 네 옆에 있던 친구를 끌어당기며 빠르게 자리를 떴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의 특별하지 않은 날이었다.
*
“찬아, 좀 일어나 봐. 이 찬. ……어쩌지.”
곤란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이 소녀의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소녀의 가는 손가락이 책상에 엎어진 한 소년에게로 향하다가 허공에서 다시금 거둬졌다. 모의고사가 끝나기 직전부터 곤히 잠에 빠진 그를 깨우기에 미안했던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곤경에 빠진 소녀는 제 연푸른 머리칼을 스치듯 넘기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에 들렸다 오니, 이미 아이들은 모두 시험이 마치자마자 교실을 나선 뒤였다. 붉게 물든 태양이 적색의 금빛으로 텅 빈 교실을 짙게 덧칠했다. 어쩌지……. 소녀의 난색이 더욱 짙어지더니 수초 후, 이내 결심한 듯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세영아, 거기서 뭐해?”
“아, 지유야. 집에 아직 안 갔어?”
열린 뒷문으로 누군가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 가려다가 바이올린을 깜빡해서. 애교스레 웃곤 교실 안으로 발을 내디딘 지유를 가만히 바라보던 세영이 슬며시 다시 소년의 뒷머리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길은 일련의 동작으로 이어져 바이올린 케이스를 챙기는 지유에게로 다시 닿았다. 세영은 들고 있던 제 가방을 고쳐메더니 이내 다정한 웃음을 머금은 채 지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유야, 찬이가 너무 깊게 잠들어서 안 일어나는 것 같은데……. 나 오늘 집에 일찍 가봐야 해서.”
부탁한다는 듯 가볍게 눈웃음을 짓는 세영을 지유는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파이팅. 지금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것 같지 않은 지유에게 작게 속삭인 세영은 잔걸음으로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세영이 떠나간 자리를 한참 응시하던 지유는 느리게 고개를 돌려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연습 가야 하는데……. 얕은 한숨을 동반한 볼멘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국 소녀는 그의 앞자리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두 팔에 파묻혀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반 즈음만 보이는 얼굴을 소녀는 찬찬히 뜯어보았다. 마치 두 눈에 온전히 저장하기라도 하듯 아늑하고 고요한 시선이었다. 찬아, 목이 메듯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답이 없을 부름이란 것을 알면서도, 이 찬, 다시 한번 호젓한 성음을 밀어냈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에 그늘진 두 눈이 잔잔히 떨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의 모습을 한참 보던 소녀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천천히 그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소년의 이마 위로 소녀의 입술이 닿을 그때였다.
*
아까부터 누군가가 한산하게 떠드는 듯한 감각이 웅웅거리며 귓전에서 들려왔다.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희미한 신기루 같은 그것을 떠올릴 방도도 없었기에 그저 무거운 눈꺼풀을 느리게 올렸다. 어두운 그늘이 진 내 얼굴 가까이에 네 모습이 보였다. 잔뜩 붉어져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서 하느작대는 동공 안에 내 모습이 비쳤다.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는 듯한 절망감 같은 게 네 눈에 서려있단 느낌은 내 착각일까. 그럼에도 너의 다갈색 눈동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가 좋아하는 빛을 띄고 있었다. 미소 따위는 조금도 없는 모습임에도 네가 아름다워 보인 건 네 뒤로 들이친 노을빛이 다채로워서일까. 아니,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몰라.
우리 둘만 있는 이 공간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나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한동안 너를 담았다. 결국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채 네가 돌연 뒤돌려던 그 순간까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벌떡 일어나선 몸을 돌리는 네 팔목을 잡아챘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 그저 세상과 전혀 다른 빛깔로 칠해진 이곳의 분위기에 취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너를 가볍게 당겨 다른 손으로 네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 제 입술 위에 맞닿았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이치자 선연한 석양과 함께 커튼이 휘날렸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의 특별하지 않은 날,
그럼에도 특별한 너와 함께이기에 모든 것이 찬란한 날이었다.
─Fin
-
3학년 2반 5층 맞나요...?
우우...지유...너무 귀엽고 소중해...
이잉잉... 몬가 써보고 싶었는데 넘 오랜만이라 맘처럼 잘 안 되네요ㅜ
전에 첫키스,... 상황 주셔서 함 써보고 싶엇어요!
희희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우리킹왕짱미녀요정세영이 빌려주신 햄팔림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세영이 너무 이뻐... 최고야...
+)이찬 세영이한테 고마워해라 덕분에 첫키스도 해보고...
지유랑 첫키스라니... 김이찬 출세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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